[북향민 사업이야기]유진유통- 북향민 이대성 대표 이야기

2019-01-3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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통일코리아협동조합 소식지 제4호에 실린 탐방기사입니다.


사무실 소파에 앉아 포즈를 취하는 이대성 대표!



통일코리안

통일이후 수산건어물 유통은 나에게 맡겨라!

취재 : 박예영 이사장

북향민 기업 [유진유통]의 이대성 대표를 소개합니다.


쌀쌀한 겨울이 시작되었다. 하지만 통일을 꿈꾸며 열심히 살고 있는 북향민 사업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맘도 몸도 후끈하게 만든다. 2018년이 꼬리를 내리는 12월 초 어느 날 유진유통의 이대성 대표님을 만나기 위해 강북구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아갔다. 사무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약간은 가파른 계단이 있었다. “아니, 여긴 어느 영화에서 나오는 조폭들 모이는 밀실 같은데요?” 몇 번 뵈었던 적이 있는지라 딴에 허물없이 인사를 한다는 것이 약간 오바를 좀 했다. 계단은 맞은편에 똑 같은 것이 하나 또 있었고 계단 아래는 뭔지 모를 휑함과 썰렁함이 엄습했다. 그러나 이 대표님은 웃으시면서 또 다른 한 문을 열고 안내해주셨다. 소파들과 테이블이 놓인 사무실 풍경이 이내 눈에 들어왔고 그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. 너무 열악해보였는데 그래도 앉아 담소를 나눌만한 공간이 있으니 말이다. 이 사무실은 약 한달 전에 오픈한 곳인데 알고 보니 바로 건물 위층에 살고계시는 자택이 있으시다고 했다. 중국의 유명한 차라고 하시면서 따뜻한 차를 바로 준비해주셨다.

북향민 사회에서 인기 갑인 군것질거리 ‘짝태’가 있는데 이 대표님은 그 ‘짝태’를 팔고 계신다. 짭조름하고 쫄깃한 식감 때문에 맥주안주로는 최강이다. 북향민들 대부분은 맥주안주가 아니더라도 군것질거리로 자주 사먹는 건어물이다. 이 대표님은「유진유통」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건어물을 주로 다루고 계시는데 그 중 ‘짝태’가 메인상품이다. 함북 청진 출신이신 이 대표님은 한국에 오신지 10년 되셨다. 이 대표님은 어떻게 이 사업을 하게 되신 걸까? 진솔하면서도 재미있고 또 사업을 운영해가시는 이 대표님의 집념과 꾸준한 끈기, 따뜻한 마음까지 대화 내내 느낄 수 있었다. 아래 이 대표님과의 대화를 통해 북향민 사업가분들의 고뇌와 보람, 앞으로의 소망을 함께 들어보도록 하자.


Q : ‘유진유통’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?

저도 한국에 와서 별의별 일을 다 해봤어요. 리포트도 해보고 노가다도 해보고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. 말투도 그렇고 취직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. 그런데 저는 원래 술을 안 마시는데 친구들이랑 호프집에도 노래방에도 잘 놀러 가는데 짝태가 나오는 걸 종종 보게 되었어요. 크지도 않은 작은 거 한 마리에 2만원씩 팔길래 이거 찾는 사람들이 있냐고 물어봤죠. 한번 맛 본 사람들은 황태보다 맛있다고 짝태를 찾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. 그래서 일부러 롯데마트에 가서 한국 황태를 사서 먹어보기도 했어요. 그런데 한국 황태는 목구멍이 턱 하고 막히는 게 못 먹겠더라구요. 한국 황태는 푸석한데다가 고추장을 찍어먹어야 되지만 짝태는 그 자체로 간이 맛고 또 쫄깃한 식감 때문에 경쟁력이 있겠다 싶은 감이 온 거죠. 그래서 100만원으로 시작했어요. 


Q : 그럼 언제 정식 사업을 시작하셨나요? 

정식으로 사업자를 내고 한건 2016년부터예요. 2010년 즈음 짝태가 되겠다 생각하고 단돈 100만원을 가지고 무작정 중국으로 갔어요. 배타고 중국 단동까지 갔다가 거기서 기차타고 연길로 또 거기서 목적지까지 다녀오곤 했어요. 처음엔 돈을 안 받고 나이트클럽, 호프집, 노래방 이런 데를 찾아다니면서 한번 드셔보시고 맛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어요. 자본주의 사회인데 세상물정을 모르다보니 한드름(10마리)씩 공짜로 드리니까 어데서 왔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어요. 그러면 솔직하게 얘기했죠. 북한에서 왔는데 뭘 해먹고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이러고 다니고 있다고 얘기했어요. 말투를 보고 문전박대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힘내라고 5만원씩 손에 쥐어주면서 잘 살아야 한다고 힘주는 사장님들도 많았어요. 그런데 공짜로 뿌리다보니 밑천을 날리고 노가다를 한 열흘 열심히 해서 돈을 만들어서 또 중국 다녀오고 이런 식으로 시작했죠. 그러다보니 먹어본 사람들 중에 전화가 오기 시작했고 가격흥정도 오가게 되고 그렇게 점점 사업을 하게 되었어요. 아무래도 북에 있을 때 군부대 수산물 가공사업소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고 아는 분야라 접근성이 좋았던 것 같아요. 여튼 이 사업이 가능성이 있는지 타진해 본 시간만 5년은 걸린 것 같아요. 처음엔 배를 타고 다니면서 순전히 등짐으로 70,80키로를 갖고 다녔어요. 너무 무겁다보니 질질 끌고 다녔어요. 그리고 사업자등록을 내고 떳떳하게 세금내면서 제대로 하자 맘먹고 하게 된 거죠.


Q : 일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실 때는 언제이신가요?

아무래도 일한 만큼 벌었을 때, 내가 이만큼 벌면 북향민 한명을 더 일자리를 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죠. 직원 채용하면 국가에도 기여하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짝태를 파는게 문제가 아니라 짝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잘 설명해주는 것도 뿌듯하죠. 짝태를 모르는 사람이 많거든요. 특히 한국사람들은 더 많이 모르는데 때로는 기분 나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참고 인내하면서 알려주곤 하죠. 직원도 자택근무이긴 하지만 네 명 모두 영업을 뛰고 있어요. 최근에 창업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멘토역할 했던 사람이 우리 회사 수입지출내역을 보면서 벌이에 비해 지출이 많다고 구조조정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을 해줬어요. 그렇지 않으면 대표가 먹고 살 돈이 너무 없다구요. 한 사람만 내보내도 난 크게 허리를 펼 수 있어요. 그런데 그거 어떻게 그렇게 해요? 내가 좀 어렵다고 사람 자르고, 우리 북한사람들은 한국 사람들과 다르다고 했죠. 내가 조금 먹어도 그렇게 못한다고 했죠. 또 할당량을 못한다고 해서 월급을 줄이거나 그러지 않아요. 오히려 자기 할당량을 초과하면 성과급을 더 주면 주었지. 같이 살아야죠. 


Q : 사업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입니까?

아무래도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자금조달이예요. 사람이 사업을 하다보면 망할 수도 있고 본의 아니게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어요. 그런데 충분히 일할 준비가 다 되어있어도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만 있으면 일단 안 되는 거예요. 그리고 어디에 서류를 넣으면 벌써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것만 들어가도 대하는 게 달라요. 그래서 저도 언젠가 여기 한국사람들 정말 사람 편중하는게 있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. 자금만 있으면 도매도 할 수 있거든요. 우리 회사가 유통업이다보니 물자가 계속 여유를 갖고 돌아야 하는데 일회성 자금을 가지고 갖고 온 물건을 다 팔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서 가져와야 하니까 늘 빠듯한 거죠. 제 털 뽑아 제 구멍 막기 식이예요. 몇 회선 돌릴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넉넉하게 돌아갈 텐데 그렇게 안 되니 어렵네요. 


Q : 앞으로의 포부는 무엇인가요?

저는 현재만을 생각하지 않아요. 미래를 위해서 하고 있습니다. 당장 통일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열리겠죠. 5.24조치가 풀리기만 하면 더 없이 좋죠. 특히 짝태 장사하는 사람들조차도 이 짝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기술을 잘 모르고 있어요. 저는 잘 알고 있어요. 앞으로 북쪽에 청진, 라선, 함흥 등에 지점을 만들게 되면 북한사람들 일자리도 창출되고 하니 얼마나 좋겠어요. 북한은 배는 있는데 기름이 없어요. 그래서 어부와 기름을 대주고 나는 명태를 얻는, 나름대로의 계획은 다 갖고 있습니다. 수산물가공업은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어요. 저는 그런 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.


시간가는 줄 모르고 나눈 대화 속에서 뭔지 모를 애틋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. 북향민 사업가들이 다 그렇듯 한국사회라는 큰 벽을 어떻게 뛰어넘느냐는 공통의 숙제인 듯하다. 그리고 그 숙제는 향후 통일된 한반도에 든든한 다리를 만들어줄 것이다. 또한 이들이 겪는 오늘의 고통은 누군가의 내일의 희망을 만드는 귀한 자양분이 될 터, 이 땅의 모든 북향민 사업가들을 응원한다. 유진유통의 이대성 대표님! 열렬히 응원하고 지지하고 격려드립니다!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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